우주

우주 쓰레기 책임 소재: 법의 사각지대인가, 정치적 침묵인가

my-dreams2025 2025. 4. 29. 18:33

1. 책임은 명확한가? 우주 쓰레기 문제를 둘러싼 모호한 현실

이 순간에도 지구 궤도에는 약 수십만 개 이상의 우주 쓰레기가 떠돌고 있다. 위성 파편, 고장 난 인공 구조물, 로켓 잔해 등으로 구성된 이 잔해들은 우주 임무 수행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으며, 때로는 지구로 낙하하는 물리적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쓰레기를 만든 주체는 누구인지, 그리고 그 책임을 어떻게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놀랍도록 명확한 규범이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책임이 분산된 구조 속에서 문제만 키워가고 있는 셈이다.

우주 쓰레기의 책임 소재는 단지 기술적 실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곧 정치적 책임 회피 구조, 국제법의 미비, 그리고 외교적 침묵이 만들어낸 다층적 결과다. 누가 얼마나, 어떻게 쓰레기를 만들었는지를 추적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법적 책임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는 우주 공간이라는 특수성이 가져온 구조적 공백이며, 동시에 국가들이 의도적으로 유지하는 회색 지대이기도 하다. 우주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은 이제 충분히 인식되고 있지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모두가 고개를 돌린다.


 

 

우주 쓰레기 책임 소재: 법의 사각지대인가, 정치적 침묵인가

 

 

 

2. 국제 우주법의 한계: 선언은 있지만 제재는 없다

 

현재까지 우주 활동과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국제법은 1967년에 제정된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이다. 이 조약은 우주 공간이 특정 국가의 영토가 될 수 없으며, 모든 인류의 공공재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조약이 우주 쓰레기와 같은 사후적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책임 규정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특히 위성 파편이 다른 인공 구조물에 손해를 입혔을 때, 명확하게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할 수 있는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1972년 ‘우주물체에 의한 손해에 대한 국제 책임에 관한 협정(책임협정)’을 근거로 책임 소재를 따져보려 하지만, 실제 적용 사례는 극히 제한적이다. 또한 이 협정은 주로 지상에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만 효력을 가지며, 우주 궤도 내 사고나 쓰레기 충돌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법적 강제력이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국가들은 우주 쓰레기를 생성하더라도, 그것이 자국의 직접적인 피해로 돌아오지 않는 한 법적·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운 구조에 놓이게 된다. 이처럼 국제법은 선언적이고 이상적인 원칙은 담고 있지만, 실제로는 제재 없는 조약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3. 의도된 침묵: 국가의 전략적 방관과 외교적 계산

우주 쓰레기 문제는 단지 법의 미비에서 오는 결과만은 아니다. 정치적 의도에 기반한 침묵과 방관이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예컨대, 특정 국가가 ASAT 실험을 통해 자국 위성을 파괴하고 다량의 쓰레기를 생성했을 때, 다른 국가들은 강하게 항의할 수 있지만, 실제로 직접적인 외교 분쟁이나 제재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국가가 언젠가는 같은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등 우주 기술을 보유한 국가들은 모두 자신들이 만든 쓰레기를 문제 삼는 대신, 상대방의 행위에 대해서도 ‘선언적 비판’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일종의 상호 침묵 협약, 혹은 ‘공격하지 않으면 비판하지 않는다’는 묵시적 합의로 해석될 수 있다. 각국은 자국의 전략적 이익과 군사적 기술력을 우선시하며, 우주 환경에 대한 장기적 피해는 사실상 외면하는 구조를 택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방관은 국제사회 전체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시스템’을 고착화시킨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는 결국 피해만 축적되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국가가 침묵하는 이유는 외교적 리스크를 피하려는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되며, 이에 따라 우주 쓰레기 문제는 더욱 굳어진다. 각국의 전략적 무관심이 만들어낸 이 구조적 방치는, 단순한 기술 부작용을 넘어 윤리적 실패로 이어지고 있다.


4. 책임을 묻기 위한 새 틀, 국제적 정의는 가능한가?

이제 우주 쓰레기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단순한 법의 미비, 정치적 침묵을 넘어, 미래 세대와 지속 가능한 우주 개발을 위한 국제적 정의의 문제로 진화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비판이나 선언 수준의 조약을 넘어서는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과 정치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 위성 발사 및 운영 시 발생할 수 있는 쓰레기에 대한 예측 모델과 책임 계획 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 두 번째로, 위성 충돌이나 쓰레기 발생이 발생했을 경우, 객관적 감시·추적 시스템을 통해 가해 주체를 특정하고 이에 따른 법적 책임을 명확히 부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우주 쓰레기 발생량에 따라 국제 우주 환경 기금 조성이나 분담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 간의 정치적 신뢰 회복과 상호 책임 인식의 정립이다. 우주 쓰레기는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며, 피해 또한 전 지구적이다. 따라서 단기적 군사 우위나 외교적 유불리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우주 공동체를 위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책임을 묻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우주 쓰레기는 통제될 수 있으며, 그 시작은 정치와 외교의 새로운 결단에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