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우주 쓰레기를 방치하는 것, ‘윤리적 방관’인가, 불가피한 선택인가

my-dreams2025 2025. 4. 25. 17:58

1.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 우주 쓰레기의 윤리적 쟁점

우주 쓰레기, 혹은 '우주 잔해(Space Debris)'는 인공위성의 잔해, 로켓 부품, 파편 등 다양한 인공 구조물의 조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지구 궤도에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으며, 수명이 끝난 인공위성이나 로켓이 폭발하거나 충돌한 뒤 생긴 잔해들이 중심을 이룬다. 하지만 그 수와 크기, 속도는 이미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우주 쓰레기가 단순한 기술적 장애를 넘어, 윤리적 문제로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우주 공간에 있는 대부분의 쓰레기는 특정 국가나 기업의 개발 활동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 파편들이 미치는 영향은 전 세계에 걸쳐 있다. 국제 공동으로 사용하는 궤도 공간에 쓰레기를 남기고도 명확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과연 정당한가? 쓰레기가 충돌을 일으켜 새로운 파편을 양산하고, 그것이 다른 위성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거나 우주 임무를 중단시키는 일이 발생할 경우, 이로 인한 피해는 누가 감당해야 하는가? 쓰레기를 생성한 자와 피해를 보는 자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은 결국 ‘책임 없는 행위’를 정당화시키고 있다. 이는 단지 기술 부족이나 제도 미비의 문제가 아니라, 우주 공간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구조적 방관이라 할 수 있다.


 

우주 쓰레기를 방치하는 것, ‘윤리적 방관’인가, 불가피한 선택인가

 

 

2. 기술 한계인가, 의지 부족인가: 방치의 이면

 

많은 국가와 기업들은 우주 쓰레기 문제를 ‘불가피한 현상’으로 취급한다. 우주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일정량의 파편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며, 현재의 기술로는 이를 완벽히 제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수많은 우주 쓰레기는 지름 1cm 이하로 작아서, 감지조차 어렵고, 제거 시스템도 기술적으로 복잡하며 비용이 막대하게 소요된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개발 주체은 쓰레기 처리를 뒷순위로 미루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불가피한 선택’인지, 아니면 ‘윤리적 무책임’인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기술이 부족하다는 명분은 일부 타당하지만, 동시에 쓰레기 문제 해결에 대한 정치적·재정적 의지 부족도 명백한 사실이다. 실제로 몇몇 국가는 우주 청소 기술 연구에 투자하고 있으나, 그 비율은 전체 우주개발 예산에서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반면 위성 발사 경쟁은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매년 수천 기의 새로운 위성이 궤도에 추가되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은 기술적 한계보다는, 쓰레기 문제를 ‘경제성 없는 부가 영역’으로 취급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즉, 방치는 선택의 결과이며, 그것이 반복될수록 윤리적 무관심은 구조화된다.


3. 공동의 공간, 그러나 분산된 책임

우주 궤도는 바다나 대기처럼 모든 인류가 공유하는 공공의 영역이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관리 체계는 국가별로 파편화되어 있으며, 국제적으로 구속력 있는 우주 쓰레기 처리 협약은 부재한 상태다. 현재 우주조약이나 관련 국제법들은 '책임의 원칙'만을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을 뿐, 실제로 쓰레기를 발생시킨 주체에게 정비 의무나 처벌을 부과하는 체계는 없다. 이처럼 책임이 분산되어 있는 구조는 윤리적 책임감도 동시에 분산시키며, 누구도 스스로 앞장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 ‘책임 회피의 연쇄’를 만들어낸다.

예컨대, 특정 국가가 자국 위성을 고의로 파괴해 다량의 파편을 만들어냈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제 사회는 비판 성명을 내거나 우려를 표명할 수 있을 뿐, 실제적인 조처를 하기 어렵다. 이러한 구조는 ‘문제는 모두의 것, 그러나 책임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라는 모순적인 상황을 낳는다. 이런 환경에서는 어떤 국가도 쓰레기 문제를 우선 해결할 동기가 부족하다. 윤리적으로 보았을 때, 이는 명백한 방관이다. 자신의 행위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 것은 공동체 윤리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4. 새로운 윤리 프레임이 필요하다: 미래 세대를 위한 선택

이제 우주 쓰레기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인류의 윤리적 프레임에서 재정립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주 개발은 ‘어떻게 더 빨리, 더 멀리 갈 수 있을까’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우리를 포함한 모든 존재가 지속 가능하게 우주를 사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자, 정책수립자, 교육자, 시민 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논의 구조가 필요하다. 기술의 진보와 더불어 윤리의 진보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우주는 인류가 반복해 온 환경 파괴의 역사를 다시 한번 재현하는 장소가 될 것이다.

국제사회는 ‘우주 환경 보호를 위한 윤리 헌장’과 같은 선언적 수준을 넘어서, 실질적인 제도 구축에 나서야 한다. 예컨대, 위성 발사 허가 시 우주 쓰레기 발생 예측과 정리 계획을 필수로 제출하게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일정 수준의 국제 책임을 지게 만드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더 나아가, 학생과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우주 윤리 교육을 강화하고, 대중에게도 우주 쓰레기 문제를 인식시키는 캠페인이 병행되어야 한다. 우주는 인류의 미래를 품은 공간이다. 그 공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오늘을 사는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유산 중 하나다. 윤리는 선택이 아닌 의무이며, 지금이 바로 그 의무를 실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