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지속가능한 우주를 위한 정치적 신뢰 회복의 조건

my-dreams2025 2025. 5. 5. 12:01

1. 기술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정치적 신뢰’

우주 개발이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민간 위성 발사, 궤도 위의 군사 정찰, 위성 인터넷 서비스, 쓰레기 처리 기술까지—우주는 이제 ‘기술의 진보’를 상징하는 공간이 되었다. 하지만 기술의 진보만으로는 우주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 현재 우주에서 벌어지는 충돌 위험, 쓰레기 증가, 통제 불가능한 자산 확대 문제의 핵심은 기술 부족이 아니라 정치적 신뢰의 결핍에서 비롯된다.

국가 간, 기업 간, 국제기구 간 신뢰의 단절은 우주 개발이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게 만든다. “저 나라는 규칙을 지키지 않을 것이다”라는 전제가 먼저 작동하기 때문에, 어떤 국가도 먼저 쓰레기를 줄이거나 발사를 제한하려 하지 않는다. 상호 불신은 자율 규제 시스템을 무력화시키고, 결국 모두가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며, ‘먼저 선점한 자가 유리한’ 혼란의 체제로 치닫게 된다.

지속 가능한 우주란 단지 기술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궤도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모든 행위 주체가 ‘다른 주체도 이 규칙을 따를 것이다’라는 확신 속에서 움직일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그렇기에 정치적 신뢰 회복은 기술이나 조약보다 먼저 해결되어야 할 우주 질서의 핵심 조건이다.


 

 

지속가능한 우주를 위한 정치적 신뢰 회복의 조건

 

 

 

2. 신뢰를 무너뜨린 정치적 현실들

 

지금의 정치적 불신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무단 위성 파괴 실험, 우주 쓰레기 방치, 정보 공유의 거부, 협약 이행의 미흡이 쌓이면서, 국가들은 서로를 더 이상 믿지 않게 되었다. 특히 2007년 중국의 ASAT 실험, 2008년 미국의 위성 요격, 2019년 인도의 자국 위성 파괴 실험 등은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며 신뢰의 붕괴를 가속했다.

이와 함께, 일부 국가들은 자국 내 민간 기업의 우주 개발을 무분별하게 허용하며, 궤도 자산의 과잉 집중을 초래했다. SpaceX의 스타링크 프로젝트처럼 수만 개의 위성을 발사하는 사례는 기술적 위협 이전에, 정치적 긴장을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다른 국가들은 “미국이 우주 통신망을 독점하려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며, 신뢰는 다시 한번 깨진다.

또한 국제 우주 협약의 이행 부진은 신뢰 붕괴의 또 다른 원인이다. 우주조약이나 책임협정 등은 대부분 비구속적이며, 실제 위반 시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제도적 허점은 ‘누가 먼저 협약을 어기더라도, 우리는 속수무책일 것이다’라는 불신의 고리를 강화한다. 결국, 이 모든 정치적 현실은 행동보다는 의심을 낳고, 협력보다는 선점 경쟁을 부추기는 환경을 만들어낸다.


3. 회복할 수 있는 신뢰, 조건은 무엇인가?

정치적 신뢰는 단순한 선언이나 분위기로 회복되지 않는다. 그것은 구체적인 제도, 실천할 수 있는 메커니즘, 반복할 수 있는 행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정치적 자산이다. 지금의 우주 질서에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투명한 정보 공유 체계의 구축이다. 위성 발사 계획, 궤도 배치, 쓰레기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해 공통된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고, 이를 국제기구가 중립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각국은 타국의 의도를 추정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정보를 기반으로 협력과 대응을 설계할 수 있다.

둘째, 작은 성공 경험의 반복이다. 모든 국가가 큰 협약을 한 번에 체결하길 기다리는 대신, 소규모의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신뢰를 축적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동 위성 감시 시스템 구축, 국제 협력 우주 청소 임무, 데이터 공유 워크숍 등이 그것이다. 작은 행동이 반복될 때, 큰 협력의 문이 열린다.

셋째, 신뢰 파괴 시 책임을 묻는 구조의 확보다. 지금까지는 협약을 어겨도 제재가 없었다. 하지만 향후에는 위반 시 외교적·경제적 손실이 따르도록 설계된 체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국제 우주 기구 기금 접근 제한, 기술 교류 중단, 궤도 할당 제한 등이 현실적인 제재 방식이 될 수 있다. 신뢰가 가치 있는 이유는, 그것이 깨졌을 때 대가가 따르기 때문이다.


4. 기술과 조약 이전에, 우주 질서를 설계하는 태도

지속 가능한 우주란 단지 쓰레기가 없는 공간이 아니라, 각 주체가 서로를 협력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는 공간이다. 이것은 기술이나 법률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다. 우주에서의 정치적 신뢰는 지구상에서의 정치 행위가 우주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상에서 군사적 충돌이 격화되면, 상대국의 위성에 대한 불신도 높아진다. 반대로 지구상에서 지속적인 외교 협력이 이루어질 때, 우주에서의 공동 감시, 공동 기술 개발, 공동 환경 대응이 현실이 된다. 따라서 우주 신뢰 회복의 출발점은 지구에서의 외교 태도에 있다.

지금 우리가 우주 질서를 설계하는 방식은, 결국 정치가 무엇을 우선하느냐에 달려 있다. 선점 경쟁, 기술 독점, 정치적 이득이 최우선이라면, 우주는 더 이상 공유 자산이 아니라 분쟁의 전반이 될 것이다. 반면, 책임 분담, 협력 구축, 제도적 균형이 우선된다면, 우주는 지속가능성과 공동번영의 공간이 될 수 있다.

신뢰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지만, 반드시 회복되어야 한다. 우주를 향한 인간의 다음 발걸음이 지속 가능하기를 원한다면, 정치가 먼저 신뢰의 토대를 다시 쌓아야 한다.